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

2021. 4. 30. 22:35대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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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한 슬픈 장면들이 많았다. 나 개인으로는 부모, 가족을 다시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잃는 장면에 슬퍼진다. 거기서도 가장 슬픈 장면으로 대조영 마지막 회(134회)에서 대조영(최수종)과 이검(정태우)이 겨우 부자로서 정을 나누고 헤어지는 장면을 꼽는다


이검은 거란의 황족 출신으로 거란이 당나라에 멸망하자 거란 백성을 이끌고 대조영을 섬긴다. 그는 이해고(정보석)의 아들이지만 생부는 대조영이다
천문령에서 대조영의 군이 궁지에 몰리자 말갈을 설득해 당군을 물리치고 발해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발해가 열리고도 대조영의 부탁으로 돌궐을 발해 편으로 끌어들였고, 민심을 살펴 대조영이 나라의 법을 펴는 데 도움을 주어 발해의 초석을 다지는 데 이바지했다. 또 돌궐이 당나라와 전쟁으로 발해에 지원을 요청하자 지원병을 이끌고 돌궐로 가 계속해서 당나라를 압박해 전공까지 세우면서 개국 공신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당나라가 발해와 돌궐의 협공에 못 이겨 발해에 항복을 선언하자 나라 안에서는 경사를 맞아 관료들이 잔치를 벌였다. 이젠 태자 책봉 문제만이 남았고 술자리에서도 그 이야기가 오간다. 대조영 휘하 출신 무장들(대조영 마지막 회에서는 퉁소와 걸사비우만이 남았다)은 이검의 공적으로 그를 내세우지만 원로들은 대조영의 적자 단이를 내세운다. 참모 미모사가 중재해 언쟁은 없었지만 미모사도 원로들과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대조영의 아들 단이가 요동성의 임무를 못해내 풀이 죽자 아비가 아들을 달래고 이검은 멀리서 바라본다

"네 말대로라면 이 아비 또한 무수히 많은 실패를 했다. 나라를 적들에게 빼앗겼고 동명천제단을 이끌면서 소중한 동지들을 다 죽게 했어
전투에서 수많은 실패로 날 따르던 병사들을 다 잃었다. 허나 난 지금 이렇게 꿈에도 그리던 고구려를 되살려 놓았다. 수많은 실패가 날 끊임없이 채찍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단이야, 실패는 얼마든지 눈감아 줄 수 있다. 허나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을 한다면 절대 그런 아들을 용서할 수 없다. 이 아비의 뜻을 알겠느냐?"

표정이 마치 서러운 것 같다. 자기는 신하일 뿐 아들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것 같아서....

거소로 돌아가니 걸사비우가 기다렸다. 걸사비우는 이검에게 하늘과 땅이 알고 세상 만물이 다 아니 이만 스스로 본모습을 세상에 밝히라고 한다. 이검이 그럼 어찌 되냐고 묻자 당연히 공적이 가장 크니 발해의 태자가 될 것이라고 답한다. 걸사비우는 이검이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비밀을 알았으니 끝까지 그를 밀었다. 그러나,

"그것 때문이라도 저는 폐하 앞에 나설 수 없습니다. 발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세워졌는지 또한 폐하께서 어떤 시련을 이겨냈는지 소장은 잘 압니다
발해의 다음 태왕은 고구려 왕실의 피가 흐르는 단이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걸사비우가 혈통 따위가 왜 대수냐고 묻자 이검은 중요치 않다고 답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폐하께서 곤경에 처하시게 된다면 이 검이는 혀를 깨물고 죽을 것입니다. 이대로 주인으로 모시면서 그저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겐 너무도 과분합니다. 그분의 아들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니, 오래도록 그분 곁을 지키려면 저는 그저 이해고와 초린의 아들인 검이로 남아야 합니다
그러니 제발 제게 남은 이 행복을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화면이 바뀌고 대조영은 뭔가 깊이 고민한다. 또 다른 아들 이검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검의 거소를 찾는다

그사이 이검은 서신을 쓰는데 끝에는 父자가....

대조영은 이검에게 곧 요동으로 순시를 나가려니 같이 가자 하려고 했는데 서신을 보고 떠나려고 하는 걸 눈치챈다

이검은 대조영에게 아무리 생각해도 왕궁에 있을 수 없다고 하고 대조영은 절대 이검을 잃을 수 없다고 완강하게 붙잡는다. 그러나 이검은 이미 마음을 굳혔고 대조영과 인연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둔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발걸음을 뗀다. 대조영이 자기를 아들로 알아주지 않아 서운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자....

"가지 마라! 제발... 제발 가지 마라...!"

"아들아... 아들아... 검이야... 아들아...!"

"아들아..."
"아, 아... 아버님...!"
"내 아들아...!"
"아, 아... 아버님...!!"
"검이야...!"
"아, 아... 아버님!!!"

"아들아! 아들아... 가지 마라... 제발... 가지 마라, 가지 마! 절대 널 잃을 수가 없어...! 가지 마라, 가지 마...! 검이야!!!"
바로 이 장면이다. 서로를 그리워했지만 세상의 시선 때문에 마음 놓고 서로를 못 부르다가 마지막회에서 겨우 서로를 아들과 아버님으로 불렀는데 헤어져야 한다니....

결국 이검은 떠났고 서신에는 이렇게 적혔다
'단 한 번이라도 아버님을 소리내서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이제 이 검이는 여한이 없습니다. 좀 더 세월이 지나 발해가 더욱 강성해지고 소자(지금까지 소장, 소신으로만 말했는데 이제야...)가 아버님을 목놓아 불러도 되는 날에 반드시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이 못난 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버님. 아버님...'
이검은 이해고와 초린(박예진)의 아들이지만 사실 대조영이 젊은 시절 초린과 눈이 맞아 서로 정을 통해 태어났다. 따라서 생부는 대조영이지만 대조영이 고구려 부흥 운동에 실패하고 이해고로부터 중상을 입고 잠시 불구가 된 사이 이해고가 초린과 아기를 지켜 이해고의 아들인 줄로만 알고 살았다

대조영과 이해고의 악연에도 불구하고 이해고는 이검을 어느 생부보다도 더 정성껏 키웠다. 나중에 대조영이 거란 안의 고구려 유민을 되찾기 위해 다시 나타나자 이검은 그의 인품이 마음에 들어 대조영을 잘 따른다. 그래서 대조영과 이해고 사이에서 대조영의 편을 들자 뺨을 치고 칼까지 뽑았고, 한 번은 이검으로부터 대조영을 보기도 했지만 이해고와 이검의 관계는 어느 부자 못지않았다
이진충이 죽자 고구려 유민 때문에 이해고와 각을 세우다가 이해고가 초린에게 살짝 언성을 높이는 사이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다. 이해고는 이검이 생부를 알고 자기를 떠날까 봐 언제나 노심초사해 어느 날 꿈에서 더는 자기의 아버님 행세를 하도록, 부친을 해치도록 가만두지 않겠다며 이검에게 베이기까지 했지만 악몽일 뿐이었고 이검은 그동안 키워준 은혜 때문에 이해고를 못 떠났다. 그래서 거란이 망하고 대조영에게 의탁하면서도 이해고가 당군에 포위당했다고 듣자마자, 안시성을 빠져나가 이해고의 곁을 지킨다

이검에게 대조영은 생부기만 하지 평생 이해고의 밑에서 자랐으니 그에게 아비는 이해고뿐이었다. 대조영도 이검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곁에 두지만 대조영에게도 이검은 자기 밑의 거란 장수일뿐인 것 같았다

그러나 가슴 한편에서는 생부를 그리워했고 두 아비 사이에서 갈등해 이검은 마치 고래 싸움에서 새우 등만 터졌다. 대조영과 이해고는 물과 기름이고 아비를 사랑하면서도 주군과 신의도 지켜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대조영도 아비기 때문에
대조영은 이검을 부하로써, 아들로서도 아꼈고 이검도 대조영을 열심히 섬긴다. 이해고가 한쪽 눈을 버리고 당군 사령관이 되자 이검은 이해고를 가로막았고, 잠시 사로잡혀 이해고가 절연을 선언하는데도(이검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이해고를 저버리지 못한다. 결국 천문령에서 당군을 무찌르고 대조영은 이해고를 쫓으면서 이해고를 멸하는 데 발목이 잡히면 이검을 잃더라도 개의치 않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그를 이끌고 간다
발해가 열리자 이검은 어느 누구보다도 큰 공을 세웠고 무엇보다 대조영의 아들이지만 정통성이 없기에 대다수의 인정을 받을 수 없어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떠난다
이검은 정말 자식으로서 참되었다

극에서 가족과 상봉하면 눈물겹지만 대개는 오랫동안 함께하기에 나중에 가족의 누군가가 잘못되더라도 슬픔은 비교적 덜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부자가 세상의 시선으로 인해 서로 마음에 담아두었던 걸 극 마지막에서야 겨우 이뤘는데, 그마저도 헤어져야 했으니 더더욱 슬플 수밖에 없다
이 글 쓰면서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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